은퇴에 임하여(삼상9:22-27)

인생의 전환점, 하나님은 어떻게 준비시킬까? (사무엘상 9:22-27)
예상치 못한 환대, 어리둥절해도 괜찮아!
지난 이야기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잃어버린 나귀를 찾던 청년 사울이 하나님의 사람 사무엘을 만나는 극적인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사무엘은 사울과 그의 사환을 자신이 마련한 자리로 인도하는데, 무려 30여 명의 손님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삼상 9:22) 평범한 청년이었던 사울에게는 정말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을 겁니다. 마치 오랫동안 해왔던 익숙한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리, 예상치 못한 역할을 부여받는 인생의 전환기처럼 말이죠. 여러분도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 싶은 순간 말이에요.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는 이런 '어리둥절함'조차 의미가 있답니다.
특별한 식탁 교제, 마음을 나누는 시간
사무엘은 사울을 단순히 높은 자리에 앉힌 것에서 그치지 않고, 특별히 구별해 둔 가장 좋은 부위의 고기를 그에게 내어줍니다(삼상 9:23-24). 마치 귀한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듯 말이죠. 이 식탁 교제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앞으로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사울을 향한 하나님의 인정과 예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이었죠.
혹시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격려나 인정을 받았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퇴직을 앞두고 동료들이 마련해준 송별회 자리,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주는 가족들의 응원처럼 말이에요. 하나님께서는 때로 이렇게 사람들을 통해, 혹은 특별한 경험을 통해 우리를 격려하시고 새로운 역할을 감당할 힘을 주십니다. 사울이 경험했던 이 특별한 식탁 교제처럼,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해 예비하신 격려와 인정의 순간들을 발견해보세요.
옥상 위 은밀한 대화, 새 시대를 위한 준비
식사가 끝나고, 사무엘은 사울과 함께 지붕(옥상)으로 올라가 담화를 나눕니다(삼상 9:25). 당시의 지붕은 조용히 대화하거나 기도하기 좋은 개인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사무엘은 이 시간을 통해 사울에게 하나님의 계획과 앞으로 그가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은밀하고 중요한 대화였겠죠.
우리의 삶에도 이런 '옥상 위 대화'와 같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은퇴와 같이 큰 변화를 맞이할 때는 더욱 그렇죠. 조용히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분의 음성을 듣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지혜와 인도를 구하는 시간 말입니다. 혹은 믿음의 선배나 멘토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영적인 준비를 하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개인적이고 친밀한 교제를 통해 우리를 다가올 미래에 대해 준비시키십니다.
"잠시 멈춰 서라, 내가 네게 할 말이 있다!"
다음 날 아침, 동이 틀 무렵 사무엘은 사울을 깨워 함께 길을 나섭니다. 성읍 끝에 이르렀을 때, 사무엘은 사울에게 아주 중요한 지시를 합니다. "사환은 우리보다 앞서 가게 하라 ... 너는 잠깐 여기서 기다리라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네게 들려주리라"(삼상 9:27). 드디어 하나님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선포될 결정적인 순간이 온 것입니다! 사울을 왕으로 세우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이제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거죠.
"내가 너를 보내리라"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는 이처럼 '멈춰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든, 인생의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어디로 보내시려는지, 내게 무엇을 맡기시려는지 잠잠히 듣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울처럼, 우리도 분주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인생의 전환기는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새로운 '보내심'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