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도움(삼상30:11-15)

쓰러진 자에게 건넨 한 조각의 떡, 진정한 도움이란 무엇일까? (사무엘상 30장)
어휴, 저 사람 괜찮을까? 길에서 만난 위기의 이방인
길을 가다가, 혹은 우리 주변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마음은 돕고 싶은데, 막상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죠. 때로는 나의 도움이 오히려 부담이 되거나, 상대방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일까 봐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진정한 도움'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 우리가 살펴볼 이야기는, 모든 것을 잃고 잿더미 위에 섰던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아말렉을 추격하던 긴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입니다. 들판에서 그들은 거의 죽게 된 한 사람을 발견합니다. (사무엘상 30:11a) 적진을 향해 달려가던 급박한 순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다윗의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이 만남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도움'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잠깐! 쓰러진 사람 발견! 일단 상태부터 살피자!
다윗의 사람들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요? 그들은 그를 다윗에게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성경은 그가 "밤낮 사흘 동안 떡도 먹지 못하였고 물도 마시지 못하였음이라" (사무엘상 30:12b)고 기록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그들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왜 쓰러져 있는지 묻기 전에, 그의 '상태'부터 파악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거나, '무슨 사연이 있겠지' 짐작하는 대신, 그가 처한 객관적인 현실 – 즉, 극심한 굶주림과 탈수 상태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차린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돕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상대방의 상황을 내 관점에서 추측하거나 판단하기 전에, 그의 형편을 제대로 아는 것.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 주의 깊게 살피고 귀 기울이는 자세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는, 우리의 도움이 헛다리를 짚거나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윗의 사람들은 이름 모를 이방인에게 바로 이 '정확한 파악'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었습니다.
일단 먹고 힘내자! 그 다음 이야기는 천천히
상태 파악이 끝난 후, 다윗과 그의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그들은 즉시 그에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무화과 뭉치에서 뗀 조각과 건포도 두 송이, 그리고 물을 주어 마시게 했습니다. (사무엘상 30:11b-12a) 그러자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그가 먹고 정신을 차렸다" (사무엘상 30:12b)고 성경은 말합니다. 기력을 완전히 잃었던 사람이 음식을 통해 생기를 되찾은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원하는 소원'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당장 죽음의 문턱에 있는 이 사람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바로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는 것이 그에게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소원이었을 것입니다. 다윗의 사람들은 그의 신분이나 과거를 묻기 전에, 그에게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필요, 즉 생명을 유지할 '음식과 물'을 제공했습니다.
진정한 도움은 종종 이렇게 가장 기본적이고 절실한 필요를 채워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거창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이 지금 당장 무엇을 가장 간절히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를 헤아려 그것을 채워주는 것. 그것이 마음을 열고 관계를 회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다윗의 사람들은 이 원리를 정확히 알고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죽어가던 한 생명이 살아났고, 이는 나중에 다윗에게 결정적인 도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무엘상 30:13-15)
진짜 도움이 뭔지 알았어! 우리도 이제 실천해볼까?
사무엘상 30장에 기록된 이 짧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도움'의 본질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정확한 상황 파악: 섣부른 판단이나 추측 대신, 상대방의 형편과 필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가장 절실한 필요 충족: 지금 그 사람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 가장 기본적인 필요부터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의 시작입니다.
이집트 소년에게 건넨 음식과 물은 단순한 자선을 넘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마음을 얻는 '진정한 도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도움은 결국 다윗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는 결정적인 정보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마음의 상처, 관계의 문제, 영적인 갈급함 등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 말이죠.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갈 때, 다윗의 사람들이 보여준 지혜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진짜 필요가 무엇인지 마음으로 헤아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관심, 혹은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그런 은혜와 도움을 베푸셨듯이, 우리도 주변의 이웃들에게 그런 '진정한 도움'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