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인의 지혜로운 말 한마디, 왕의 마음을 열다! (삼하 14:12-17) ✨
지난 시간에는 다윗 왕의 마음을 읽고 압살롬을 돌아오게 할 기발한 계획을 세운 요압의 지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계획의 핵심 실행자, 바로 드고아의 슬기로운 여인이었죠. 왕 앞에서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는 애절한 연기로 다윗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여인. 이제 그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왕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짜 문제, 바로 압살롬을 향한 다윗의 진심을 건드리며 설득의 클라이맥스로 나아갑니다. 사무엘하 14장 12절부터 17절까지, 여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놀라운 지혜와 용기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 "왕이시여, 제 말씀을 조금만 더 들어주시겠어요?" - 용기 있는 서두
앞서 여인은 자신의 아들을 살려주겠다는 다윗 왕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삼하 14:11)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만족하고 물러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요압으로부터 특명을 받은 '슬기로운 여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진짜 목적은 자신의 (가상) 아들을 살리는 것을 넘어, 다윗 왕이 아들 압살롬을 용서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다시 입을 엽니다. "여인이 이르되 청하건대 당신의 여종이 내 주 왕께 한 말씀을 여쭙게 하옵소서 하니 왕이 이르되 말하라 하니라" (사무엘하 14:12)
이 짧은 대화 속에 여인의 비범함이 드러납니다. 왕에게 다시 말을 꺼내는 것은 자칫 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얻어냅니다. "말하라"는 왕의 허락은, 그녀의 이전 호소가 진실되게 받아들여졌으며 왕이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본격적인 설득의 무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 "한 번 쏟아진 물처럼... 인생의 이치를 아시잖아요!" - 보편적 진리로 마음을 움직이다
왕의 허락을 받은 여인은 곧바로 핵심을 찌르지 않습니다.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보편적인 원리를 언급하며 다윗 왕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독입니다. "여인이 이르되 그러면 어찌하여 왕께서 하나님의 백성을 향하여 이같이 생각하셨나이까 이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왕께서 죄 있는 사람 같이 되심은 그 내쫓으신 자를 왕께서 집으로 돌아오게 하지 아니하심이니이다 우리는 필경 죽으리니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담지 못함 같을 것이오나 하나님은 생명을 빼앗지 아니하시고 방책을 베푸사 내쫓긴 자도 그에게서 버려진 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시나이다" (사무엘하 14:13-14)
여인은 먼저, 왕이 자신의 아들을 살려주겠다고 한 판단과, 압살롬을 내쫓은 채 데려오지 않는 현재 상황이 모순됨을 에둘러 지적합니다("왕께서 죄 있는 사람 같이 되심은"). 그리고는 "우리는 필경 죽으리니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담지 못함 같을 것이오나"라는 말로 인간 생명의 유한함과 한 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음을 상기시킵니다. 암논은 이미 죽었고, 그 슬픔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압살롬마저 계속 내버려 두는 것은 또 다른 상실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암시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 인생의 원리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왕이 감정적인 저항 없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설득 전략입니다.
💖 "하늘 아버지의 마음처럼, 넓은 긍휼을 베푸소서!" - 신적인 권위에 호소하다
인생의 유한함을 언급한 여인은 이어 하나님의 성품, 특히 그분의 무한한 긍휼과 사랑에 호소하며 설득의 강도를 높입니다. "하나님은 생명을 빼앗지 아니하시고 방책을 베푸사 내쫓긴 자도 그에게서 버려진 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시나이다" (사무엘하 14:14 후반부) 이 말은 죄로 인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 생명을 귀히 여기시고 어떻게든 회복할 길, 돌아올 길을 마련해 주시는 분이라는 깊은 신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여인은 이 하나님의 마음을 다윗 왕에게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죄인을 버려두지 않으시고 구원의 방책을 마련하시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왕이시자 아버지이신 당신께서 어찌 아들을 계속 내쫓긴 상태로 두시려 합니까?'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는 왕의 종교적 양심에 호소하는 동시에, 왕의 권위가 하나님의 권위 아래 있음을 상기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본받아 아들 압살롬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증입니다.
⚖️ "이제 왕의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 공의와 사랑의 조화를 촉구하다
여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왕에게 간청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왕의 공의로운 판단과 결단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촉구합니다. "내가 와서 내 주 왕께 이 말씀을 여쭙는 것은 백성들이 나를 두렵게 하므로 당신의 여종이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왕께 여쭈어 보면 혹시 종의 소원을 이루어 주실까 함이니이다 당신의 여종이 또 스스로 말하기를 왕께서 들으시고 나를 내 아들과 함께 하나님의 기업에서 끊을 자의 손으로부터 구원하시리라 하였나이다 당신의 여종이 또 말하기를 원하건대 내 주 왕의 말씀이 나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나이다 이는 내 주 왕께서 하나님의 사자 같이 선과 악을 분간하심이니이다 원하건대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과 함께 계시옵소서" (사무엘하 14:15-17)
"백성들이 나를 두렵게 한다"는 말은, 아들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어미의 심정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압살롬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백성들의 우려나 왕의 결단을 바라는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왕의 판단력과 지혜("하나님의 사자 같이 선과 악을 분간하심")를 높이 평가하며, 왕의 말씀이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듯, 압살롬 문제에 대한 왕의 결단 또한 온 백성에게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표현합니다. 이는 왕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왕이 가진 권위와 책임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왕이 공의를 세우면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혜롭게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 "지혜로운 말은 닫힌 문도 열게 합니다" - 설득의 힘, 그 울림
드고아 여인의 설득은 감정에만 호소하거나,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인생의 보편적인 이치, 하나님의 성품, 그리고 왕 자신의 공의로운 판단력에 차례로 호소하며 다윗 왕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용기와 지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여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논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함과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굳게 닫힌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 여인처럼,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 말 한마디에도 사랑과 진심을 담아 소통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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